Ahn Jungho

안정호의 블로그입니다

Moonlight

Monday, July 06, 2015

게리 올드먼이 베토벤을 연기한 영화 “불멸의 연인”에는 베토벤과 그의 연인 줄리아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베토벤과 결혼하기를 희망하는 줄리아는 아버지의 허락을 갈구한다. 줄리아의 아버지는 베토벤이 최근에 공개적인 연주를 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곡을 쓰고 있지도 않으니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반대한다. 갈등하던 부녀는 베토벤이 연주를 계속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신식 피아노를 구입해 베토벤의 연주를 유도한다.

베토벤은 연인의 집에 도착해 피아노가 놓여진 아무도 없는 공간(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공간)에서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리고 연인과 연인의 아버지가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가만히 피아노에 귀를 가져다 대고 연주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시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햇살이 쏟아지는 방 안에 앉은 베토벤은 달빛을 묘사한 자신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짧은 연주 후에 베토벤은 줄리아가 자신을 시험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줄리아는 베토벤의 귀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신은 음악의 재능은 주었지만 청력을 앗아갔다. 연인은 사랑을 이유로 자신의 재능을 시험한다. 시험에 든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시험 자체를 거절하거나 시련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로맨스와 추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결국은 운명에 도전하는 작은 인간을 그린다.

요즘은 이 장면을 떠올리며 두시간씩 세시간씩 월광 소나타를 듣는다. 베토벤은 잃어가던 청력때문에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더 듣기 위해 피아노에 귀를 바싹 대고 연주하던 베토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