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n Jungho

안정호의 블로그입니다

화현회 57회 정기연주회

Saturday, September 10, 2016

대학시절 활동하던 클래식 기타 동아리 “화현회” 연주회에 다녀왔다. 기억에 남은 내용들을 정리.

사회자가 생겼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등장해서 연주자와 곡을 소개해주었는데 음악만 계속 연주하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지는 클래식 연주회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줘서 좋았다. 썰렁할 수 있는 우스갯소리도 곧잘 해서 관객들 호응도 괜찮았다.

신입생 합주단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을 연주했다. 비창 2악장은 처음에 잔잔하게 노래하다가 중반부에 셋잇단음표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이 부분의 연주가 매우 좋았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템포가 미묘하게 빨라지고 템포가 빨라진 것을 느끼지만 감정을 억누를 수는 없는 연주자들의 감정이 베토벤의 비창과 잘 어울어졌다. 나는 연주의 기교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신입생 합주에서 연주자들이 첫 무대에 대한 긴장과 떨림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음악에 실어내 주기를 기대하곤 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신입생 합주에 가까워서 좋았다.

첫 사중주팀은 바로크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헨델과 바흐와 비발디의 곡을 각각 연주했는데 곡 구성은 연주회 전체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세 곡 중에 바흐의 칸타타 BWV 147이 가장 듣기 좋았는데 내가 만약 팀장이었다면 3rd 연주자가 연주하는 합창 선율을 더 두드러지게 연주하도록 했을 것이다. 한쪽에서 짧은 음표의 음계가 이어질 때 긴 선율은 보다 각별하게 연주해야 한다. 비발디의 곡은 예전에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 즐거웠다.

오중주 팀은 앤드류 요크의 현대곡을 연주했는데 나는 이런 곡들을 잘 듣지 않아서 감정을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밝고 재미있는 곡들인데 연주자의 표정도 함께 즐거워 보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베이스 연주하던 후배가 리듬감이 좋아서 인상깊었다.

팀장의 군대 제대 기념 연주회라고 하는 마지막 중주팀은 학번이 높아서인지 꽤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줬다. 팀장의 기타 소리는 연주회를 통틀어서 가장 듣기 좋았다. 둥글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비발디의 곡이 특히 좋았고 선곡한 곡들 전반에 걸쳐 빠른 음계와 복잡한 리듬이 등장하는데도 안정적으로 연주해서 듣는데 불안하지 않았다.

독주를 하겠다는 후배가 없었던 것인지 한예종에서 전공생이 찬조 출연을 했고 대중적인 곡들을 골라서 세 곡을 연주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정기 합주는 국악 리듬이 가미된 현대곡들로 구성했는데 독특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합주단에게 박수를.

사실 연주회에 가기전에 걱정을 조금 했다. 최근에 한동안 연주회에 가지 못했고 이미 까마득한 후배들의 연주회라서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도착하고 보니 낯익은 후배들이 몇몇 보여서 나쁘지는 않았다. 인사 건네준 후배들 감사합니다. 무대에 선 연주자들, 그리고 연주회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을 동아리 후배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연주회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다시 기타치고 싶어졌다.